
"내 성격이 문제야, 바꿔야 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탓하며 성격을 고치려 애씁니다. 하지만 심리학은 성격(기질)과 성품을 명확히 구분하며,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알아야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기질로서의 성격, 바꾸려 할수록 지치는 이유
심리학자들은 성격과 성품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구분합니다. 성격은 기질, 즉 태어날 때 혹은 출생 직후 초반기에 형성되어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성향을 가리킵니다. IQ와 마찬가지로 기억력, 연산력, 생각의 스피드 같은 요소들이 여기에 해당하며, 외향적이다 혹은 내향적이다, 예민하다 혹은 예민하지 않다 같은 성격적 요인 역시 쉽사리 바뀌지 않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빅5(Big Five), 즉 5요인 모델로 설명합니다. 외향성, 개방성, 신경증(예민함), 우호성, 성실성이 바로 그 다섯 가지 차원입니다. 최근에는 캐나다 캘거리 대학의 이기범 교수 등의 연구자들이 정직과 겸손이라는 요소까지 포함한 HEXACO 검사를 통해 여섯 가지 차원으로 성격을 더 완성도 있게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기질적 요소들은 심지어 fMRI 뇌 촬영이나 태아 시절 에스트로겐·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영향을 반영하는 2번·4번 손가락 길이의 비율 같은 신체 지표에서도 확인될 만큼 생물학적으로 뿌리가 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질을 바꾸지 못하니 불행한 걸까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기질이 안 변한다고 말한 것이지 인간이 안 변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긋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성격(기질)과 성품을 구분하는 데 있습니다. 성품은 내 성격의 장점을 잘 드러내는 삶을 살아갈 때 주변으로부터 "저 사람 참 성품이 좋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성격의 단점만 계속 드러내면 "성질머리" 혹은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듣게 됩니다.
바꿀 수 없는 기질을 억지로 바꾸려 할 때 인간은 가장 불행해집니다. 거의 모든 심리학 연구가 공통적으로 밝히는 사실은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장점을 살리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성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기질 안에서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갈고닦는 일, 이것이 성품을 키우는 출발점입니다.
MBTI는 성격 검사가 아니라 사회적 얼굴이다
"나 MBTI 바뀌었어."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이상한 현상입니다. 만약 MBTI가 기질적 성격을 측정하는 도구라면 결과가 이렇게 자주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기질은 잘 안 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MBTI를 성격 검사로 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MBTI는 나쁜 검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잘 만들어진 검사이지만 오남용되고 있는 검사입니다. MBTI는 원래 홈스쿨링을 하던 어머니가 딸에게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단다"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검사이자 일종의 게임이었습니다. 즉, 처음부터 성격의 고정적 본질을 측정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도구가 아닙니다.
김경일 교수는 MBTI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당신의 지난 2년 혹은 3년 동안의 사회적인 얼굴, 혹은 사회적 가면으로 살아가셨는지를 보는 검사." 따라서 MBTI 결과가 ISTJ로 나왔다면 "내 성격은 ISTJ다"가 아니라 "내가 지난 2~3년 동안 주로 ISTJ적인 모습으로 사회에서 사람들을 대하고 일해 왔구나"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사용자 비평의 시각에서 보면 이 관점은 매우 실용적인 함의를 가집니다. MBTI를 사회적 얼굴로 받아들이면, 상대방의 유형을 배타적 낙인이 아닌 이해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내가 ISTJ적인 사회적 행동을 하고 상대가 ENFP적인 사회적 행동을 할 때, "우리는 안 맞아"가 아니라 "우리가 합심하면 더 잘할 수 있겠네"라는 태도가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MBTI 본래의 사용 의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MBTI로 사람을 뽑는 회사는 절대로 입사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낙인찍는 조직 문화는 결코 건강한 환경이 아닙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도구로서 MBTI를 사용하고, 더 정확한 기질 측정을 원한다면 HEXACO 검사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균형 잡힌 접근입니다.
개방성이 나이 들수록 성품을 결정한다
성격이 잘 변하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달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나이 들수록 성품이 좋아지는 사람과 까탈스러워지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외향성도 아니고 성실성도 아니며, 바로 개방성(Openness)에 있습니다.
개방성이란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사람을 밀어내지 않고 포용하며 대화할 수 있는 성향입니다. 흥미롭게도 개방성은 다른 기질적 성격 요인들에 비해 후천적인 변화의 여지가 어느 정도 존재합니다. 즉, 노력으로 키울 수 있는 영역입니다.
개방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명확합니다. 늘 같은 사람만 만나지 않고 느슨하고 다양한 관계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가깝고 깊은 관계보다 강한 구속력은 없지만 다양성이 있는 관계망이 개방성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그 실질적인 방법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요가든, 악기든, 언어든, 새로운 배움의 자리에서 우리는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성품을 지속적으로 좋게 유지하는 데 있어 수면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내 성격의 장점을 드러낼 것인지, 단점을 드러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바로 전날 얼마나 잘 잤냐는 것입니다. 수면 중 뇌는 신체 재정비, 기억 정리, 새로운 신경 연결을 통해 다음 날의 판단력과 감정 조절 능력을 복원합니다. 잘 자는 사람이 사업도, 공부도, 대인관계도 더 잘한다는 것은 이미 심리학 연구가 반복적으로 확인한 사실입니다.
개방성이 유지되고 정직과 겸손까지 갖추어 나가는 사람은 나이 들수록 "작년보다 올해가 더 좋은 분"이라는 평을 듣게 됩니다. 나이와 성품이 함께 성장하는 이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긴 수명을 가진 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입니다.
성격은 타고난 기질이라 바꾸기 어렵지만, 성품은 얼마든지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내 성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장점을 발견하는 것, MBTI를 사회적 얼굴로 이해해 상대를 배척하지 않는 것, 그리고 개방성을 키워 나이 들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이 세 가지가 결국 우리 삶의 가장 실질적인 성장 전략입니다.
[출처]
김경일 교수 유튜브 강연: https://www.youtube.com/watch?v=iRcelZCALl4